숟가락 전략 때문에 아쉽게 녹색기술인증 1호 등록을 놓쳤던 사연
녹색인증제도가 처음 나왔던 2010년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처음으로 시행되는 녹색인증제도를 두고 컨설팅중이던 기업에게 1호의 영예를 안겨주기 위해 몇 개월 전부터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청서류를 제출 2주 전에 긴급한 도움을 요청받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에 NEP 인증과 관련하여 도움을 주었던 한 기업에서 긴급히 녹색인증이 필요하다고 연락을 해온 것입니다.
왜 녹색인증이 필요한지 이유를 묻자, 조달청에서 NEP 인증을 받은 제품들끼리의 경쟁이 심하다 보니, 녹색인증을 획득한 기업에게 30%의 가점을 더 주는 제도가 이번에 마련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녹색인증 1호의 대상 기업으로 해당 기업을 이미 검토하였으나, 녹색기술인증에 필요한 시험성적서가 없어서 당장은 어렵겠다고 뒤로 미루어 놓았었기 때문에 선뜻 녹색기술인증이 가능하다는 확답을 해 줄 수가 없었습니다.
사흘간의 고민 끝에 NEP인증도 숟가락 전략을 통해 공동신청을 하여 승인을 받으면 쌍둥이 인증번호가 나오는 것처럼, 녹색인증도 공동신청을 하는 것으로 급히 전략을 수정하여 기존에 녹색인증 1호를 준비하고 있던 기업과 SOS를 요청한 기업을 서로 만나게 했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한 쪽에서 녹색인증 1호를 준비하고 있던 기업의 제품에 공급할 수 있는 부품이 있는지 검토해 보도록 하여 결국 매칭에 성공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녹색기술인증 신청서를 공동신청으로 준비 후 신청하게 되었고, 당연히 1호 인증을 공동으로 받게 되리라 기대하고 있었으나 일주일 뒤, 신청이 반려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공동신청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신청을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공문 초안을 잡아 NEP인증에는 공동신청 규정이 있는데 왜 녹색기술인증에는 이런 공동신청 규정이 없는지와 공동신청이 불가하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서면으로 명시하여 회신해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2주가 또 지나 비로소 '공동신청을 반려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는 적법한 규정이 없으므로....' 라고 시작하는 두, 세번 말을 꼬아 놓은 공무민원 특유의 답변을 받고서야 비로소 다시 녹색인증을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1호 등록의 영예는 결국 다른 기업에 내어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지금은 10년도 더 된 일이고 비록 1호 등록의 영예는 놓쳤지만, 그 일을 계기로 녹색기술인증이 필요했던 많은 기업들에게 녹색인증을 보다 수월하고 빨리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