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를 내밀며 비행기를 타려고 했던 한 부품개발 기업의 사례
모 대학의 전기공학과 교수들이 주주로 참여하여 설립한 차단기의 중요한 부품을 개발하는 멘티기업의 사례입니다. 이 기업은 오동작이 잦았던 차단기의 전동스프링 조작기를 영구자석의 자기력을 이용한 전자석 액츄에이터 부품으로 대체하는 것을 연구하던 3년차 부품 개발 기업이었습니다.
대표이사부터 핵심 연구인력까지 모두 전기공학과 교수들의 제자들로 구성된 벤처기업이었고, 주주들이 모두 현직 교수들이라서 기술력 하나만큼은 대기업 연구소 못지 않게 우수하였으나 아직 제품 개발을 완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3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재정적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인의 추천을 통해 대표이사가 우리 협회 전문위원단을 알게 되었고, 정부R&D지원사업 선정을 목표로 긴급히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기업의 유동비율 점수가 기준에 미달되어 자칫 협약심사에서 탈락할 수도 있었지만, 대표이사의 열정을 높이 산 전담 전문위원의 강력한 추천으로 결국 협회 전문위원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유한 특허와 기술력은 우수하였으나 지난 3년간 기업 스스로 진행했던 많은 R&D과제에서 탈락했던 원인에대해 먼저 분석을 진행하였습니다.
분석 결과, 기업의 매출액 규모가 연간 천만원을 넘기지 못하는 상태에서 수억원 규모의 정부R&D과제를 수행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무리수였고, 완제품이 아닌 부품을 개발하다 보니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 부품이 적용된 완제품 개발이 수반되어야 하는 난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부품기업이 완제품 기업과의 컨소시엄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컨소시엄으로 R&D과제를 신청할 때마다 이 부품기업이 주관기관이 되어 신청을 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핵심 기술에 대한 산업재산권을 이 부품기업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참여기업이 아닌 주관기관으로 신청을 해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문위원단에서는 전담 전문위원을 통해 매출액이 상당한 완제품 기업을 주관기관으로 앞세우고 이 부품기업을 참여기업으로 한 컨소시엄 구성을 추천하였고, 부품이 아닌 완제품에 주목하여 시장을 공략하는 사업성 전략에 집중하도록 코칭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전략이 적중하여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각기 다른 완제품 아이템으로 산자부와 당시 중기청 R&D과제에 선정되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으며, 여기에 적용된 '스위칭 전략'에 멘티기업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교통카드 가지고 비행기를 탈 수는 없습니다. 비행기를 타려면 항공권을 운임을 지불하고 항공권을 구입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이 부품기업은 교통카드를 내밀며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으니 번번히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R&D과제 평가에서는 정부로부터 정부출연금을 투자받아 훌륭히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평가위원들에게 충분히 전달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때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전략 중 한 가지가 '주관'과 '참여'의 위치를 서로 바꾸어 신청하도록 하는 '스위칭 전략'이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