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를 얻기까지의 텀이 길다는 이유로 R&D는 하지 않고 융자 컨설팅만 하려고 했던 어떤 청년 컨설턴트 이야기
광화문의 촛불시위가 한창이었던 시기에, 스스로를 '융자의 신'이라고 자칭하던 한 청년을 만났습니다. 기업R&D지도사 양성과정에 참여한 이유를 물었더니, 당장은 필요 없지만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아 지식 축적 차원에서 들어보려고 과정에 참여했고 현재는 융자 컨설팅만으로도 남 부럽지 않을 정도로 돈을 벌고 있다는 당돌한 청년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교육과정 수료까지 일주일 정도 남았을 때, 면담을 요청한 이 청년은 필자에게 '왜 협회에서는 바로 돈이 되는 융자 컨설팅보다 적게는 3개월에서 많게는 6개월 넘게 걸리는 R&D과제에 더 치중하는 것이지요? 6개월 동안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되면 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대로 기간이 너무 길어 여기에만 집중하는 컨설턴트는 굶어 죽기 딱 좋은 것이 아닌가요?' 라며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100년산 포도주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어떤 부자가 100년산 포도주를 파는 가게가 있어 주인에게 100년산 포도주가 모두 몇 병이나 있는지 물었더니 100병이 있다고 하자, 그 날부터 100일 동안 매일같이 100년산 포도주를 주문하여 마셨습니다. 101일째 되던 날에도 100년산 포도주를 주인에게 주문하였는데, 역시 주인은 100년산 포도주를 그 부자 앞에 내어놓았습니다. 그러자 그 부자는 '100년산 포도주가 100병이라고 하여 그동안 100병을 내가 모두 다 마셨는데 어떻게 또 100년산 포도주가 있을 수 있는가? 이것은 가짜가 아닌가?' 라며 의심에 찬 눈빛으로 주인에게 호통을 쳤습니다.
그러자 포도주 가게 주인은, '우리 가게는 매일 100병씩 포도주 숙성 창고에 포도주를 담아 둡니다. 방금도 저장고에 100병의 포도주를 넣어놓고 오는 길입니다. 오늘 담은 포도주를 100년 뒤에 제 아들이나 손자가 꺼내게 되며, 그 다음날에도 100년산 포도주를 꺼내올 수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해 주면서 비록 기업 융보증은 한, 두 달이면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반면 기업R&D는 길게는 6개월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매 달 기업이 R&D과제를 신청한다면 6개월 뒤에는 매 달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텀이 길다지만 한 텀이 모두 다 지난 이후에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땀을 흘리며 꾸준히 매 달 씨를 뿌려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는 매 달 수확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협회의 씨뿌리기 전략을 설명해 주자 그 청년은 비로소 환한 얼굴로 '아~ 그래서 씨뿌리기 전략이라고 하는군요' 라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갔고, 우수한 성적으로 당당히 기업R&D지도사 자격검정시험에 합격까지 하여 현재는 필자와 함께 전문위원단에서 활발한 R&D과제 지도 활동을 하고 있으며, 매 달 씨를 뿌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언제나 그러하듯, 꾸준함이 순간의 기지를 이깁니다. 오늘도 내일의 수확을 위해 우리는 무언가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시간이 되었든, 본인의 열정이 되었든 언젠가 우리는 그 결실을 매일 맛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씨를 뿌려야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