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분과의 전문대 출신 심사위원이 평가장에서 모 종합대학교 학과장을 역임한 교수를 만났을 때
전문위원단이 출범했던 2012년도로 기억합니다. 중전기기 기술 분야와 관련하여 기중차단기의 부품을 개발하는 멘티기업이 있었습니다. 개발 아이템의 기술력은 우수했지만, 중전기기 분야는 다른 분야와 다르게 신제품 도입에 있어 상당히 보수적인 분야라는 특성때문에 전기 관련 학회는 물론 산업계와도 긴밀한 관계에 있던 당시 중소기업청의 심사위원들이 신제품의 안전 신뢰도를 문제 삼아 유독 해당 멘티기업에게 탈락의 고배를 매번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멘티기업에게 매번 재도전의 용기를 북돋아주었던 전담전문위원조차 계속 되는 탈락의 고배에 지쳐 있을 즈음에 전담 전문위원에게 소개했던 전략이 바로 '라이온킹 전략'이었습니다. 멘티기업에게 잘 아는 4년제 대학교수가 있는지 물어 성수동에 본교를 두고 있는 모 대학교의 교수가 멘티기업 대표의 선배이고 2년 전에는 학과장까지 역임을 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과제를 신청할 때는 반드시 그 모 대학교를 위탁기관으로 하여 당시의 중기청 과제에 재도전 하도록 했고, 반드시 위탁기관의 과제책임자인 그 선배 교수를 대면평가장에 꼭 참석시켜 '동석하신 ***교수님은, 현재 **대학교에서 전기 관련 학부 교수님으로 얼마 전까지 학과장을 역임하셨던 분'이라고 소개할 것을 강조해주었습니다.
이후 무사히 서면평가를 통과하여 대면평가 일정이 잡혔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대면평가 당일 학회 모임이 있어 대면평가 발표장에 위탁기관 과체책임자로 동석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고, 그 대학교수를 동석시키지 못하면 또 과제에 탈락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면평가 발표장에 참석시킬 것'을 전담 전문위원을 통해 전달하였고, 이 말의 뜻이 무슨 말인지 감을 잡은 멘티기업 대표는 직접 선배를 찾아가서 어렵게 대면평가 발표에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대면평가 발표에 참석했던 해당 교수는 발표자의 뒤에 마련된 좌석에 가만히 앉아만 있었을 뿐, 40분 동안 아무런 발언이나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과히 성공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멘티기업 대표가 과제책임자로 발표를 진행하면서 동석한 위탁기관의 교수를 모 대학교의 학과장을 역임했던 교수로 소개했기 때문입니다. '학과장'이라는 말이 나온 순간부터 장내의 분위기는 180도로 달라졌다고 합니다.
대면평가가 모두 종료되고 평소와 다름없이 발표와 질의응답을 하고 나온 멘티기업의 대표이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전담 전문위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합니다. "전문위원님의 조언을 듣기를 참 잘 한 것 같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이렇게 온순한 양이 될 줄 몰랐습니다. 질문을 할 때도 공손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평가에 도움이 되는 질문만 골라서 하는 것 같았습니다. 과거에 그 사나운 하이에나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전담 전문위원은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고 합니다. "대표님, 그래서 이 전략의 이름이 '라이온킹 전략'입니다. 이제 그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와 혼기가 찼음에도 불구하고 시집을 못 간 노처녀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히스테리입니다. 본인보다 공부를 못했던 친구는 인맥이 좋아서 지금 국립대학교 교수를 하고 있고, 본인은 여전히 전문대 교수를 하고 있는 심사위원들의 대부분은 이러한 '한(恨)'이 있습니다. 그래서, 귀인(貴人)과의 만남이 필요한데, 그 귀인이 바로 교수 추천 권한이 있는 종합대학교의 '학과장'입니다. 발표 평가장에 종합대학교 '학과장'을 역임했던 교수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기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정도의 효력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