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동차 부품회사 대표가 숨도 쉬지 않고 말을 이어나가야 했던 사연
대면평가는 전반전에 해당하는 발표(Presentaion)와 후반전에 해당하는 질의응답(Q&A)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축구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반전은 물론 후반전에도 상대보다 높은 점수를 유지해 나가야 하는 것처럼, 대면평가는 발표만 잘해서는 결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노래자랑이나 장기자랑, 오디션 등을 보면 대부분 심사위원들은 노래가 다 끝나기도 전에 사실상 채점을 완료합니다. 채점표에 따라 필요한 사항을 중간 중간 확인하여 표기를 하다보면, 노래가 끝나기 전에 이미 채점이 완료되는 것입니다.
대면평가의 채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채점표의 대부분의 항목들은, 과제책임자가 발표를 진행하는 동안 거의 다 채워지게 됩니다. Q&A 단계에서는 이 채점된 점수를 재확인하거나 조정(주로 하야)하는 작업이 진행됩니다.
강원도에서 자동차 부품을 개발하는 한 멘티기업이 있었습니다. 협회 전문위원단이 대면평가 리허설을 진행할 때마다 매번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열정을 보였습니다. 반복된 연습을 통해, 아이컨택 요령과 강약을 조절하는 법, 발표자의 발표 매너 등을 집중지도 받아서 발표 스킬은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으나, Q&A에 대한 연습과 훈련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바로 내일이 대면평가 당일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과제책임자였던 멘티기업 대표는 여전히 발표에 대한 연습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Q&A에 대한 준비가 매우 허술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해당 멘티기업을 케어하던 전담 전문위원은 멘티기업 대표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침대축구 전략'이었습니다.
'20분 간의 발표가 끝난 후에 20분 간의 Q&A가 진행되는데, 이미 모든 채점이 사실상 완료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태에서 5개 내외의 질문을 받게 되기 때문에 최대한 답변을 오래 끌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질문을 적게 받고, 그만큼 감점도 덜 받게 됩니다' 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대면평가 당일, 이 대표는 연습한대로 훌륭히 발표를 진행하였고 스스로도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어지는 Q&A 였습니다. 발표에만 치중하여 연습을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Q&A에 대한 연습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전담 전문위원의 조언대로 '침대축구 전략'을 떠올리며 심사위원의 질문에 대해 최선을 다해 길고 장황하게 답변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준비를 하였습니다.
'지금 제안한 부품은 이미 일본차 OOO에 적용되고 있는 기술과 비슷한테 차이점이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을 받고, '네 그것은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해서 요리조리하게 되었는데 이러저러해서 요리조리와 다르게 .....' ... 무려 5분이 넘도록 중간에 심사위원이 어디서 말을 끊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길고 긴 답을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멘티기업 대표도 본인이 무슨 말을 답변했는지 모를 정도로 숨도 안 쉬고 계속 말을 이어가서 결국 심사위원이 강제로 답변을 중단시켰다고 합니다.
다른 회사들은 통상 5개 내외의 질문을 받았으나 이 멘티기업은 질문을 3개 밖에 받지 않았습니다. 다른 회사보다 절반이나 적은 질문을 받았고, 결국은 과제에 가까스로 선정이 되었던 이 멘티기업 대표는 '당시 침대축구 전략에 따라 최대한 답변을 길게 한다고는 했으나, 이번 경험으로 배운 것은 침대축구 전략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Q&A에 대해서도 충분히 연습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당시를 회생했습니다.
충분한 Q&A연습이 덜 된 기업들이 있다면 활용이 가능하겠지만 그러나 매번 사용하기에는 오히려 더 불편한 전략, 이것이 침대축구전략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