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중소기업인협의회의 초청을 받아 기업의 변화와 융복합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소모임를 통해 질의응답을 진행하던 중에, 기업인협의회의 회장이라고 본인을 소개하신 기업 대표께서, "맨홀 뚜껑을 만들던 회사가 오늘날에는 IT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는 사실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우리 회사는 전봇대 끝에 씌우는 낙뢰 대비용 꼬깔모자를 제조하고 있는데, 이 모자에 와이파이 중계기를 결합하는 것이 훌륭한 R&D과제 아이템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라는 질문을 하시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신 기업 대표에게 우리나라에 전봇대 꼬깔모자를 만드는 기업이 몇 개소나되는지를 되묻자 자신의 회사를 포함해 8개 정도 있다고 답을 하였고, 그래서 그 대표에게 다시 8개 업체 중에서 몇 등을 하고 있으며 8개 회사 전체의 시장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물었더니 "현재 국내 꼬깔모자 시장규모는 대략 80억원 정도이고, 우리 회사는 현재는 4위를 하고 있지만 와이파이 중계기와 융합된 꼬깔모자를 개발하면 1위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습니다" 라고 답하며 더욱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 때 그 기업대표와 모여있던 사람들에게 들려 주었던 이야기가 바로 그들만의 리그 였습니다. 국가에서 R&D과제를 통해 기업에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투자의 효용성'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아무리 기술개발 수준이 뛰어나고 파급효과가 크다고 해도 해당 아이템의 시장규모가 연간 1천 억원 미만이라면, 투자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받게 됩니다.
즉, 원유나 천연가스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시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량을 확인하고, 건설투자 비용 대비 충분한 수익이 예상되는 경우에만 시추를 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신문이나 뉴스를 보시면, 우리나라 대륙붕 지역에도 석유가 나왔다고 모두 좋아하고 흥분했었지만, 실제 상업화까지 이어진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없었습니다.

이처럼 R&D과제에서도 아이템이 아이디어가 좋고 융합의 효과도 큰 것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그 시장 규모가 국내 기준으로 최소 1천억원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기술수준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시장규모가 1천억원 이상인 아이템이 더 환영받게 됩니다.
결국, 시장규모 1천억원 수준에 미달하는 아이템을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통해 1천원억 이상 수준으로 확장 가능함을 증명하기 어렵다면 아무리 개발 아이템이 우수하더라도 과감하게 R&D과제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할 것입니다. 바로 이 전략을 KOTERA에서는 '그들만의 리그' 전략으로 명명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