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평가는 말 그대로 제출한 사업계획서만으로 해당 기술개발 아이템의 기술적, 경제/산업적 필요성과, 그 효과를 중점적으로 평가를 하게 됩니다. 즉, 기술개발을 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그 시급성에 대해 심사위원의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집에 불이 났을 때 그 누구도 옆집에 가서 '띵동~ 저 옆집인데요. 문 좀 열어주세요' 라고 하면서 '저기요~ 방금 우리 집에 불이 났으니, 피하셔야 해요~' 라고 예의를 갖춰 시급함을 전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불이야~" 라는 짧은 한 마디에 시급성과 절박함이 담겨 있듯이, 사업계획서에도 이 기술개발이 시급하고 필요한 그 이유가 충분히 피력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술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작성할 때, 이번에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의 특성과 장점을 나열하고, 이것을 개발하면 많은 혜택이 있고 좋은 세상이 된다는 식으로 기술개발의 이유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심사위원들에게 아무런 감흥도, 공감도 불러일으키지 못합니다. '어, 그래~ 좋네.. 수고~' 라고 고개를 돌리기 딱 좋습니다.
우리가 과제를 통하여 개발하고자 하는 신제품의 필요성은, 결코 그 제품의 특징이나 장점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필요성은 이 제품이 아직 개발되기 전에 기존에 있던 기술과 제품에 있는 것입니다.
"기존의 기술과 제품에 어떤 불편함이 있고, 위험성이 있는지, 그리고 이런 문제와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해답(Solution)으로서 이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어필되어야 합니다."
남원 고을에 새로 부임한 변학도라는 자는 주민들에게 갖은 명목의 세금을 걷고, 고리대금을 하면서 집도 빼앗고, 사람도 빼앗아 노비로 팔아버리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질렀고, 그런 와중에 춘향이가 변학도의 눈에 띄어 수청을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괴롭힘과 시달림을 당했습니다.
이 때, 남원 고을 주민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악마와도 같은 변학도를 벌주고 변학도가 만든 지옥에서 주민들을 구원해 줄 '암행어사'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굳이 이몽룡이 아니었더라도 상관이 없었을 것입니다. 누구든지 변학도의 만행을 끝내고 이 고통을 끝낼수만 있다면 그 누구라도 암행어사로 상관이 없었을 것입니다.
바로 암행어사가 솔루션입니다. 이몽룡은 솔루션이 아닌 그냥 악세서리입니다. 즉, 암행어사가 필요성과 중요성이고, 이몽룡이는 특징과 장점인 것입니다. 만일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의 특징과 장점 때문에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라고 했면, '이몽룡이가 사대부집안 아들이고, 공부도 잘하고, 연애도 잘하고, 말도 잘하고, 풍류도 알고, 정의롭기 때문에 남원고을 주민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고, 남원 고을에 돌아올 때는 가능한 한 암행어사가 되어서 왔으면 좋겠다' 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말입니다.
이몽룡이 좋고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던 사람은 춘향이지, 이몽룡이 누군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남원고을 주민들 중 변학도의 악행 앞에서 이몽룡을 찾는 바보는 없을 것입니다. 5살 먹은꼬마도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 이냐고 물어보면 '암행어사'라고 대답할만한 상황에 왜 우리는 지금까지 여전히, 기술개발의 필요성과 이유를 '암행어사'가 아닌 '이몽룡'에게서 찾아 왔을까요?
이렇듯, 기술개발의 당연성과 필연성을 심사위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잘나고 뛰어난 특징과 장점을 내세워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주장할 것이 아니라,바로 '기존제품'이 가진 불편함과 문제가 무엇이며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기술과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이 짧은 말 한마디으로 충분히 공감을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유념하여 필요성을 어필해야 하겠습니다.
이런 전략을 우리 KOTERA 에서는 '변학도를 찾아라 전략' 이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