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실에 대하여 추상적이거나 측정불가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 가시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으로 이를 가늠해 보는 과학적인 방식이 있습니다.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있다면 많이 있느냐 적게 있느냐에 따라, 그 추상적인 가치의 정도를 가늠해 보는 것을 '정량적평가' 또는 '정량적평가지표' 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를 측정기 위해서는 정량적인 지표, 또는 정량적인 판단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정책자금과 관련하여 그 지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특허', '기업부설연구소', 논문발표, 수상실적 등이라 하겠습니다. 즉, 이러한 가시적인 지표 또는 판단기준을 근거로 해당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의 수준을 평가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정량적평가모델이 항상 적합한 것은 아니지만 가시적인 판단기준으로 추상적인 가치의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가설은 과학적인 사고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항상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올림픽 참가 여부를 전쟁을 중단하고 세계평화에 동참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던 쿠베르텡의 이러한 방식이 바로 과학적인 사고방식에서 출발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기업이 기업대출을 할 때나 정부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이 기업은 과연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맞는지 아니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가장 활용하는 기준 중 하나가 특허입니다. 출원한 특허가 많으면 많을수록 신제품의 개발도 활발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신제품 개발이 활발할수록 기업의 매출도 그만큼 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이 보유한 출원 특허의 갯수만으로도 기업의 성장과 성공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하겠습니다. 즉, '이 기업이 성장하고 성공할 것인가'라는 추상적인 가치의 판단에 있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출원 특허의 갯수'로 평가하는 방식이 바로 정량적평가입니다.
달걀이 30개면 한 판이 됩니다. 상한 달걀이든 싱싱한 달걀이든 30개만 있으면 한 판입니다. 그렇다면, 기술력이 있는 기업으로 인정 받기 위해 역으로 이 정량적평가기준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요? 특허출원을 '등록'을 전제로 하지 않고, '변리사'를 통하지도 않고, '품질'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출원' 자체에만 의미를 두어 명세서를 작성하여 특허출원만 한다면.... 이런 방법으로 한 시간 만에 10개의 특허를 출원하였다면, 과연 이 10개의 출원특허를 보유한 기업이 오랜 기간 끊임없는 노력 끝에 드디어 하나의 등록 특허를 보유하게 된 기업보다 '기술력' 평가를 점수를 더 높게 받을 수 있을까요?
정답은, '그렇다' 입니다.
정량적평가모델에서는 품질이나 과정이 전혀 고려되지 않습니다. 오직 결과만 판단의 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평가모델에서 등록특허 1개당 가중치 5점을 부여하고 출원특허 1개당 1점의 가중치를 부여한다면 출원특허 10개가 더 높은 점수를 획득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R&D과제에서는 정량적평가기준과 정성적평가기준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면평가'가 바로 '정성적평가기준'이 적용된 방식으로, 여러 심사위원들이 각자의 판단 기준에 따라 평가한 점수를 부여하고 평가위원 중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나머지 평가위원의 평균점수를 최종 대면평가 점수로 택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방식의 정성적평가가 객관적이고 공평하게 적용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평가위원이 필요하고, 또 그만큼 많은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평가의 첫단계부터 정성적평가방법을 적용하는 것은 인력 및 비용의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어 최종 평가단계인 대면평가에서만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공정한 심사를 위해 다단계(1차, 2차, 3차 등) 평가가 적용되는 모든 국가의 모든 평가에서 거의 대부분 사용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예선과 본선을 통과해야 결선에 임할 기회라도 얻을 수 있는 셈입니다. 다만 예선과 본선에서 요구하는 것은 품질이 아닐 뿐입니다.
단순히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만으로 얼마든지 예선과 본선을 통과하여 결선에 나가기 위해 지금 당장 준비해야 하는 것은 품질이 아니라 정량적인 수치를 확보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를 두고 비양심적이라 쉽게 말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게임의 법칙을 잘 알고 활용하는 것을 보고 현명하다 할 수 있지만 비겁하고 비양심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당연히 품질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품질에 대한 우수성에 대해 논할 수 있는기회가 있어야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단계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이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정량적 수량 입니다. 보다 쉽게 말하자면, 이 기술개발 아이템과 관련한 특허(출원이든 등록이든)가 몇 개니 있느냐, 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조직(기업부설연구소 내지는 연구전담부서)이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게임의 법칙을 제대로 알아야 게임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