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술과제 신청서 양식은 전담기관이나 주관부처의 공무원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과제 심사를 주로 대학교수들이 하는 것처럼 R&D과제신청서 양식 또한 외부전문가를 통해 만들게 되는데 이러한 R&D과제 양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대학교수들이고, 이들은 자신들이 심사하기에 효율적이고 편리한 양식을 만들기 때문에 그 R&D과제 양식이 논문 양식과 거의 흡사합니다. 즉, 논문심사에 익숙한 교수들이 그들의 편의에 맞추어 R&D과제 신청서 양식을 만들었기 때문에 논문을 잘 쓰는 방법이 R&D과제 신청서를 잘 작성하는 방법과 크게 다를 바가 없게 되었습니다.
논문의 구성은 신문기사와 같이 '기' - '결' - '승' - '전' 의 구성으로 이뤄졌는데, 여기에서 특이한 것은 평소 우리가 알고 있는 기승전결의 구조가 아니라 기결승전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승전결 구조는 소설이나 동화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이야기의 결말에 해당되는 '결'이 제일 뒤에 위치하지만, 기사나 논문에서는 '결'이 이유와 배경에 해당하는 '기'의 뒷부분에 먼저 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내용이 어느 영역에 들어가야 할지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작성하는 것이 논문이나 R&D과제 신청서를 잘 작성하는 요령입니다.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해서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기술개발 아이템의 특징이나 장점을 기술개발의 이유와 중요성으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신제품의 장점과 특징 때문에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기'의 내용을 작성한다면 특징과 장점을 기술해야 하는 '승'의 요소가 '기'에 들어가는 셈이라 바람직한 작성방법이라 할 수 없습니다.
R&D과제의 기술개발 아이템, 즉 신제품(또는 기술)이 '주인공'이라면 대체해야 할 시장의 기존 제품이나기술이 '악역'에 해당하며, '갈등'은 이러한 '악역'이 만들어낸 그간의 문제점이나 위험요소, 그리고 앞으로 예상되는 한계점이라 하겠습니다. 주인공이 더 돋보이기 위해서는 악역이 악역답게 연기를 잘 해야 하고, 그 악역이 만들어 내는 갈등 요소가 심하면 심할수록 이야기의 극적인 효과는 배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R&D과제 신청서를 작성할 때에는 형식상으로는 '기-결-승-전'의 포맷으로 작성하되, 그 내용은 '이야기의 3요소'에 맞춰 작성한다면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보다 높아질 것입니다.바로 이것이 R&D과제 신청서 작성에 필요한 '스토리텔링 전략' 이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